📖 2021.05 위버스매거진 ‘BORDER : CARNIVAL’ 컴백 인터뷰

🔗 제이 “사람을 서로 동등하게 바라보는 어른이 되고 싶어요”
🔗 ENHYPEN Other Cuts

* 2021.05.05

 

 

“제 자신을 유지하는 방법이에요.” 제이는 개인으로서의 자신과 ENHYPEN으로서의 자신을 구분지으며 이렇게 말했다. 전자는 신중하면서 자유롭고, 후자는 유쾌하면서 철저하다. 그는 상반되는 양면을 모두 자신의 것으로 삼으며 스스로의 범위를 확장시킨다. 자유와 절제, 변수와 반복 그리고 박종성과 제이.

오늘 학교에 다녀왔다고 들었어요.
아침에 가서 출석하는 정도라, 친구들과 교류할 일이 잘 없어요. 학교생활에 아쉬운 마음이 없지 않죠. 친구들이랑 하교 후에 어디 놀러가는 일 같은 소소한 일상들이 조금 궁금해요.

등교에 컴백 준비까지 많이 바쁘겠네요.
괜히 피곤하고 예민해지는 순간들이 있었기 때문에, 건강의 중요성을 새삼 느꼈어요. 건강하지 못하면 가진 능력을 반도 쓰지 못할 테니까요. 데뷔 때는 사소한 것부터 하나하나 다 처음 하는 것들뿐이라 정신없이 새로 배워야 했는데, 한 바퀴 돌고 나니 활동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좀 알 것 같아요.

컴백 콘셉트 포토 중 ‘HYPE’는 학생이면서 아이돌인 제이 씨의 상황과도 맞닿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파티 룸에서 교복을 입은 모습과 가죽 재킷을 입은 모습이 담겼는데요.
평범한 생활이 끝나고 점차 그 화려한 공간에 녹아드는 과정을 보여주려고 했어요. 저희 팀이 애초에 일탈해 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라 어려움이 있었는데(웃음) 저는 여러 영화에 나오는 파티를 떠올렸어요. ‘트와일라잇’ 같은 영화를 보면 학생들 중에서도 한 명 정도는 꼭 그런 캐릭터가 존재하잖아요. ‘저런 공간에서는 그런 감정이 들겠구나.’ 생각했어요.

표현에 앞서 콘셉트를 논리적으로 이해하는 과정을 거치네요.
사전에 전달받은 콘셉트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제가 사용하는 힘의 강도를 조절하려고 해요. 시간 흐름으로 봤을 때 ‘UP’이 과거, ‘HYPE’가 현재, ‘DOWN’이 미래라고 생각했어요. 과거에서는 점잖은 도련님처럼 갖춰진 모습을, ‘DOWN’은 전체적으로 몸의 균형을 무너트리면서 곧 무너질 듯한 심정을 표현했어요. 혼란 속에서 자기 자신을 돌아보는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 동작이나 분위기에 신경을 많이 썼어요.

데뷔 후에 그렇게 혼란스러운 경험도 있었나요?
겪어야 할 과정 중 하나라 생각해요. 그만큼 많은 것들을 배워 나가는 중이니까요. 생활 패턴이나 식단 조절 같은 것들도 말로만 들을 때와 실제로 경험해보는 건 확실히 다르더라고요. 이번 앨범이 저희의 상황을 잘 표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타이틀 곡 ‘Drunk-Dazed’가 낯선 경험들 사이에서 요동치는 감정을 노래하죠. 곡의 메시지가 와닿을 것 같아요.
진실성을 갖고 감정을 쏟으려고 했어요. 안무에도 최대한 폭주하는 듯한 느낌을 넣었어요. 이성을 잃은 것처럼 막 감정을 토하면서 춤을 추다가, 축 처지며 내면에서 겪는 혼란들을 표현해요. 전체적으로 자기 자신의 움직임에 한계를 두지 않는 동작들이 많아요. ‘원함 원하는 대로 갈 때까지 가봐 go’에서는 블랙 팬서가 달려드는 이미지를 생각했어요.

그만큼 한계를 뛰어넘는 체력이 필요하겠네요.
노래와 춤 모든 방면에서 고도의 체력이 요구되는 퍼포먼스예요. 힘든 동작을 하면서 벅찬 호흡과 표정을 팍팍 드러내니까 자연스럽게 센 느낌이 표현되더라고요.(웃음) 언제든 무대를 보여줄 수 있게 반복 연습한 만큼 저번 활동보다 더 좋은 퀄리티의 퍼포먼스를 뽑아낼 수 있을 거라고 자부해요.

‘FEVER’는 반대로 부드럽고 원숙한 분위기의 곡이에요.
‘Flicker’의 무드를 가져가고 있는데, 이런 느낌을 좋아하고 잘하고 싶어서 많은 시간을 들여 연습했어요. 타이틀 곡이 ENHYPEN만의 스토리를 베이스로 저희를 알릴 수 있는 곡이라고 한다면, ‘FEVER’는 많은 대중분들이 공감할 수 있는 곡인 것 같아요. 모두 한마음으로 느낄 수 있는 노래라 준비하면서 되게 재밌었어요. 세세한 박자와 톤에 따라 느낌이 사느냐 깨지느냐가 좌우되는 섬세한 곡인 만큼, 보컬에도 많은 테크닉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가이드에서 2절 시작 전 작은 호흡 소리가 있었는데, 그 호흡까지 제가 해야 느낌이 제대로 나올 것 같았거든요. 그래서 호흡을 하고서 바로 노래하는 것까지 연결해서 녹음을 땄어요. 만족스럽게 잘 나온 것 같아요.

‘Not For Sale’과 같은 곡에서는 청량한 음색이 나오는데, 곡에 따라 다양한 목소리를 들려주는 것 같아요.
다양하게 녹음해보면서 제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목소리의 레인지(Range)를 넓히기 위해 늘 노력해요. 개인적으로는 ‘별안간(Mixed Up)’ 프리코러스(Pre-chorus) 부분에 공을 많이 들였어요. 좋아하는 로킹한 사운드가 많이 들어간 곡이라 잘하고 싶었거든요.

‘2021 NEW YEAR’S EVE LIVE’의 ‘니가 진짜로 원하는 게 머야’도 록이었는데, 그때는 어떤 느낌이었어요?
희승이 형과 제가 저희 팀에서는 처음으로 각자 다른 아티스트분들과 유닛을 이루는 날이었기 때문에 ‘잘해야만 되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대선배님이신 렌 선배님도 계시니까 평소와 다르게 긴장도 됐고요. 사전 영상을 보면서 머릿속으로 계속 무대에서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를 연습했어요. 제가 볼 땐 약간 아쉽지만 그래도 보시는 분들이 좋게 봐주신 것 같아요.

그날 제이 씨가 입었던 재킷과 같은 제품을 옥택연 씨가 tvN ‘빈센조’에서 입은 걸 위버스에 올리기도 했던데요.
어디서 본 듯한 의상이 나오는 거예요. 영광스러운 마음에 위버스에 자랑하고 싶었어요. 옥택연 선배님도 그렇고 드라마 자체도 워낙 팬이라서 되게 기분 좋았어요.(웃음) 드라마를 자주 안 보는데, ‘빈센조’는 사이다처럼 통쾌한 매력이 있어서 계속 보게 돼요. 저는 ‘저렇게 행동할 수 있을 리 없어.’라는 생각이 들면 공감이 안 되는 편이거든요.

개연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군요. 패션에 있어서도 필요한 개연성이 있을까요?
조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색감, 핏, 소재 등을 고려해서 균형감 있게 표현하면 과하든 심플하든 센스 있다는 느낌이 드는 것 같아요. 그런 이론을 적용할 때는 사람의 체형도 봐야 해요. 예를 들어, 다리가 길어 보이기를 원하면 허리까지 높이 올라오는 바지와 위쪽에 패턴이 있는 티셔츠를 입는 식으로요.

그런 감각은 어떻게 익히나요?
전 세계 디자이너분들의 인터뷰 영상을 찾아봐요. 최근엔 우영미 님, 정욱준 님의 인터뷰를 봤어요. 옷을 통해 표현하는 각자의 생각과 계획이 확고하시더라고요. 옷이 ‘나 자신만이 가진 것’들을 보여주는 거죠. 패션 공부를 통해 인생에 대해서도 배울 수 있었어요. 프랑스어를 배워서 더 많은 자료를 찾아보려고 해요. 그다음에는 이탈리아어를 배울 거예요.

패션으로 표현하고자 하는 제이 씨만의 아이덴티티는 무엇인가요?
하나의 스타일을 고집하기보다는 다양한 사람들에게, 다양하게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개성을 무시하거나 어떤 유명인의 옷을 그대로 따라 입기보다는, 각자가 자신의 생각과 주관에 따라 옷을 입을 수 있고 유행에 따르지 않는 사람도 박대받지 않는 문화에 일조하고 싶어요. 어릴 때부터 언젠가는 의류 산업에 뛰어들고 싶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평소 이런 가치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해요.

요즘은 ‘록 시크(Rock Chic)’ 스타일에 빠져 있다고요.
취향은 언제든 바뀔 수 있지만, 현재 가장 관심을 갖고 공부하고 있는 카테고리예요. 생로랑을 중심으로 록 시크가 한창 유행했을 때에도 무심했는데 방탄소년단 지민 선배님을 계기로 관심을 갖게 됐어요. 그분의 사복 패션을 통해 록 시크에도 한국적인 매력이 녹아들 수 있다는 걸 알았어요.

제이 씨가 생각하는 록 시크의 매력은 뭔가요?
'절제된 자유'요. 펑크가 구애받지 않는 자유를 나타낸다면, 록 시크는 뒤에 '시크'가 붙잖아요. 이전의 록스타들의 패션을 모티프로 삼아, 그들의 자유를 모던한 사회에 녹여낸 스타일이라고 생각해요. 자유롭지만 사람들의 공감을 살 수 있는 정도로 절제도 하는 거죠.

 

‘절제된 자유’라는 점에서, 이전 인터뷰에서 “인터넷상에 떠돌 제 영혼과도 같은 것”이라고 말할 정도로, 자신에 대한 모든 기록이 공공연하게 남는다는 걸 인지하고 있잖아요. 하지만 동시에 솔직한 성격이기도 하니까 그 중간 지점을 찾는 일이 필요했겠어요.
음악, 옷과 같은 제가 관심이 있는 분야나 일적인 것들에 대해서는 깊은 생각을 토대로 말하려고 하지만, 일 외적으로는 크게 고민하지 않아요. 일할 때는 누구보다도 열심히 하고, 놀 때는 자유롭고 재밌게 놀아야죠.

제이 씨의 MBTI가 ENTP였다는 게 떠오르네요. MBTI를 맹신하는 건 조심해야겠지만, 감정보다는 사실 관계를 중시하고 예측 가능하며 이론적인 일들을 선호한다고 하던데요. 그렇지만 계획적이기보다 즉흥적이에요.
대부분 맞는 것 같아요. 어떤 판단이나 결정이 필요할 때에는 이뤄진 일과 그 전후의 사실들을 토대로 해요. 눈으로 보거나 귀로 직접 들은 사실 외에는 절대 믿지 않아요. 연습생 때 신인개발팀장님이 계셨는데, 저희들이 하는 말 하나하나를 신중하게 다 들어주시고 동등한 사람으로서 봐주신다는 게 느껴졌어요. 그런 어른이 되고 싶어서 저도 ‘연습생이’, ‘어린애가’ 같은 ‘누가’를 빼고 사실 관계만을 보려고 해요. 삶에 대한 태도, 인간관계 같은 것들에 대해서는 강한 신념이 있어요. 하지만 오락적인 면에서는 계속 새로운 걸 시도하고 싶고 다른 사람들이 안 해본 것들을 개척하고 싶은 욕심이 많아요. 제 자신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리프레시가 필요해요.

초등학생 때부터 그렇게 자기만의 리프레시 방법이 있었다면서요? 아침에 삼겹살과 밥 두 공기 먹고, 스타벅스, 태권도 학원, 콜드스톤(아이스크림 가게)을 매일 오가는 걸 지켰다던데.(웃음)
하고 싶은 건 꼭 해야겠다는 의지로 칼같이 지킨 엄마와의 루틴이었어요.(웃음) 원래 다니던 곳을 그냥 지나가려고 하면, “엄마, 왜 오늘은 여기 안 가?” 했어요. 콜드스톤은 그날그날 먹고 싶은 대로 다양한 커스텀이 돼서 좋았어요. 메뉴판에 없어도 오늘은 땅콩버터 맛이 먹고 싶다고 하면 만들어줘요.(웃음) 미국에서도 지점이 많이 없어졌다고 들었는데, 많은 분들에게 생소한 이름이 되어버린 것 같아 좀 슬퍼요. 그만큼 추억이 많이 담긴 가게예요.

요즘에는 계속 예상할 수 없는 새로운 일의 연속일 텐데, 어떻게 적응하고 있나요?
어떻게든 안간힘을 써서 뇌를 회전시켜요. 제 일은 빨리 생각을 종결짓고 행동으로 옮기는 걸 필요로 하는 것 같아요. 즉각적으로 과감히 움직이기도 하고요. 시도들 중에 운 좋게 성공했던 것들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것들도 있는데, 성공률을 높이는 게 많은 분들이 말씀하시는 ‘연차’가 아닐까 싶어요.

 

그럼 일상에서 제이 씨를 즐겁게 만드는 게 있나요?
음악을 듣거나 요리를 하는 등 일상생활이요. 팬분들과 소통하는 것도 제게는 일 밖에 있는 일상적인 생활에 속해요. 팬분들이 보내주신 편지를 읽거나 SNS에 올려주신 것들을 보며 웃고 가요. ‘극한직업’ 패러디도 재밌었어요. 자동차 엔진오일을 갈아주듯이 그렇게 스트레스를 해소하면 다시 달릴 수 있어요.

Mnet ‘KCON:TACT 3’에서 블락비의 ‘Very Good’을 커버하며 제이 씨가 개사한 파트가 떠오르네요.
팬분들을 위한 공연에서 엔진 여러분들에게 그런 메시지를 줄 수 있으면 좋지 않을까 싶어서 ‘엔진아 더 세게 달려 뱅뱅’으로 바꿔 불렀어요. 원래 가사 ‘벌들아 더 세게 울어 웽웽’이 팬덤 애칭을 담은 소절이거든요.

힘든 일이 있을 때는 멤버들과 어떤 이야기를 하나요?
데뷔 후엔 거의 이런 얘기를 안 했어요. 엄청 가끔 누군가가 문제가 있어서 일대일로 진지한 얘기에 돌입했을 때 정도? 팀으로서 크게 힘들었다고 할 만한 일은 없기도 했고, 힘든 게 있으면 서로 알아서 잘 푸니까요.

만약 팬들이 제이 씨가 고민이 많은 걸 알게 돼도 괜찮아요?
저의 깊은 고민에 같이 빠져들지 않는 한, 괜찮을 것 같아요.